NOTICE
#6 |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 <Bird Box, 2018>' 후기
DIARY

 

네이버 영화 <버드 박스>

 

“절대. 눈을. 뜨지 마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창문에 머리를 박고, 차에 뛰어든다.
갑자기 집단 자살이 전염병처럼 퍼진 것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그것'을 보면 죽는다. 눈을 감아야 산다.
이러한 괴현상에 인류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이 상황에서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맬러리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버드 박스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끔찍하게 변해버리는 괴현상에 인류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그 지옥 같은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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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박스>는 지난 1년간 넷플릭스에서 무려 8천만 계정 이상이 시청한 영화라고 한다.
넷플릭스 최고의 아웃풋으로 불린다길래 봤는데, 정말로 이 영화가 최선일까요 넷플릭스 선생님들... (할많하않)🤦

집단자살이라는 아포칼립스 장르인 만큼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내가 먼저 or 나만 살고자 하는 이기심을 앞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희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죽음의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게 오는 것이 아니기에 똑같이 주어진 공포의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네이버 영화 <버드 박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사람이 메두사의 눈을 보면 돌처럼 굳어버리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악령'을 보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외출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모든 창문을 다 가린 뒤 실내에서 버텨야 한다.
이 영화의 설정과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을 바라보면 이전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오감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
맘 편히 외출해서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과 거리낌 없이 마주할 수 있는 것 등등 일상 구석구석 감사하지 않은 일들이 없다.
이 세상에는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 훨씬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의 주권이 사람에게 있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스포 주의 ❗❗❗❗❗❗❗❗❗

어쨌든 영화를 다 본 뒤에는'이게 넷플릭스 최고의 아웃풋인 영화라고...? 8천만..? 끝까지 안 보고 재생 버튼만 눌러도 집계에 포함시킨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정말 몰입해서 봤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무서웠으니까.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을 포기시킴으로서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충분히 줬는데, 이 공포감을 오래 끌고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큰 흠이었다. 영화에서 주는 공포가 오래오래 지속되려면
1) 갑자기 집단자살이 일어나고 있어
2) 대체 왜?!
3) 몰라! 악령이라는데, 보면 죽는 것 같으니까 눈을 가려!
4) 눈 가리고 아등바등
5) 원인이 밝혀졌어! ~때문이래!
6) 자, 그럼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7) 방법을 찾으며 아등바등 이어야 하는데, 실제 영화는

1) 갑자기 집단자살이 일어나고 있어
2) 대체 왜?!
3) 몰라! 악령이라는데, 보면 죽는 것 같으니까 눈을 가려!
4) 그래서 정확히 뭐 때문인데? 악령은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5) 몰라, 일단 눈 계속 가려
-눈 가리면서 산 채로 5년이 지남-
6) 언제까지 가려야 돼? - 계속 가리고 있어!
7) 구체적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끝

나 진짜 쫄보라 논리적으로 납득될만한 상황이었다면 더 무서워하면서 봤을 텐데,
시간이 지나도'갑툭튀한 악령이 사람들을 자살 충동에 빠지게 한다.'라는 설정으로 이어지니까 점점 판타지로 굳어져서 몰입도 공포감도 떨어졌다.
심지어 사이코는 이 악령을 봐도 아무렇지 않음.
이건 또 무슨 컨셉일까. 대체 사이코는 왜 아무렇지 않은 거야?
이미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에게는 악령발이 들지 않는 걸까..?
악령이 언제부터 그렇게 사람 가리는 귀신이었지...?
접근은 정말 참신했는데 왜 그게 전부였던 건지 아쉬움이 남는다.

네이버 영화 <버드 박스>

그리고 뿌린 거에 비해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이 너무 많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작가님이 쓰다 열받아서 스킵 해버리신 걸까?
시나리오는 완벽했는데 감독님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걸까?
아님 잘 찍어놓은 촬영본을 편집하면서 날려버린 걸까?
마치 엉망진창으로 과제를 해놓고 정말 열심히는... 했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던 내 모습 같다.
(물론 진짜 열심히는 했음. 근데 결과도 엉망진창이었음. #유니티_해명해)

1. 밝혀지지 않은 원인
등장인물의 표현에 의하면 '악령'이라고 추정하지만, 그마저도 불확실하다.
악령이라 쳐도, 갑자기 그 악령이 어디서 튀어나와서 세상을 뒤흔드는 건데?
그걸 보면 왜 자살 충동이 일어나는 거고?
사이코는 왜 아무렇지도 않냐고!!!!!!!!!!!!!!!!!!!!!!!!!
수많은 권선징악 동화를 보며 자란 나에게 정말 맘에 들지 않는 설정이었음. 나쁜 놈에게 유리한 세상이라니🤦

2. 넘나 영화인 것, 넘나 판타지인 것.
이 영화에서는 눈을 가렸는데도 무려 5년이란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재난 속에서 식량난을 해결하고, 아이 둘과 함께 나무 보트 하나로 급류에서 살아남는다. (가는 곳마다 유통기한이 5년은 넘는 통조림이 한 가득했던 걸까.)
심지어 두 아이는 정말이지 엄마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안대도 안 벗음.
전 세계 5살 중 엄마가 안대 벗지 말란다고 정말 안 벗을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걸렸던 건 맬러리가 톰을 보트에 앉힐 때, 의자 부분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않고 일단 앉히고 보는 부분이었음.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믿을 거라곤 손에 만져지는 것 밖에 없는데 의자조차 제대로 안 만져보고 애를 앉힌다고?? 앞이 안 보여서 애가 엎어지거나 제대로 보트에 정착하지 못하면 더 어려워질텐데 의자 한 번 제대로 체크하는 것이 베스트 아니야?
어쨌든 앞을 못 보는 것 치고 너무 수월하게 흘러가는 탓에 '이건 영화에요~'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 아쉬웠음.(물론 진짜 영화지만)

3.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맞는 결말
맬러리와 두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어딘가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바로 시각장애인 학교다. (ㄹㅇ 갑분시)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보이지 않기에 이러한 재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이들이 비장애인을 거두어줌으로써(?) 끝나는 것. 앞을 볼 수 있기에 대재앙 속에 놓인 비장애인과 달리 앞을 보지 못하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던 장애인.
그래서 그 이후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1) 공포의 상황 속에서 인간 대통합..?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상황을 통해 서로 조화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을 돕는 모습이 좀 더 부각되어야 했지 않나.
문 열어주고, 마른 옷 전달해 준 걸로 이 메시지를 깨닫게 하기엔 연출과 분량이 너무나도 미스 아닌가.
2) 앞을 못 보는 공포를 시각장애인들은 항상 지니고 살아감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의도가 이것이라면 더 위험한 영화가 아닌가. 시각이 통제되었음에도 등장인물들은 너무 잘 버텼는데..?

4. 허접한 마무리
앞서 말했듯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결말도 모호함.
왜냐면 진짜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도착해서 안대 벗고 끝나거든. (원인을 안 밝히려고 결말을 모호하게 한 건가.)
아니 그래서 감독님... 집단자살의 악취가 상상을 초워할 시체들은 어떻게 처리됐나요?
이러한 재난 속에서 인류는 회복이 되나요? 안 되나요? 또 다른 생존자는 없나요?
차 끌고 몰래 도망친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원인이 뭔지는 진짜 안 알려주는 건가요?

대체 이 영화 뭔가요?


많은 것들을 던지기만 하고 관객들에게 맡기는 영화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의도한 건지⋅⋅⋅
수준 높은 관객들이 덧붙이는 수많은 해석들로 영화의 부족함을 포장하려는 건지⋅⋅⋅
물론 이것이 바로 예술인데 내가 이해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음. (예술 진짜 뭘까. 뭔데⋅⋅⋅)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런 상황에서는 사는 게 축복일까, 죽는 게 축복일까
겨우겨우 살아나도 사는 게 사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죽고,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면 그 삶을 견딜 수 있을까.

어쨌든 2시간 4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비해 너무한 결말이었다는 것이 내 생각.
뭐 나름 주인공의 모성애, 어려움 가운데 빛나는 인류애, 현실에 대한 감사함 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고, 보는 이에 따라 더욱 다양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나처럼 딱딱 떨어지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면 결말과 교훈이 명확한, 좀 더 짧은 러닝의 아포칼립스 영화를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정말이지 총 쏘고 피 튀기는 영화는 나랑 진짜 안 맞다.